묻지마 폭행을 당한 뒤로 세상 모든 사람이 저를 공격할 것 같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진료실에 앉아 있는 지금도 원장님이 저를 진심으로 돕고 싶어 하는 건지 의구심이 드는데, 이런 냉소적인 마음가짐도 치료가 되는 영역입니까?
타인에 대한 불신과 적대감은 환자분의 인격 결함이 아니라, 외상 후 스트레스로 인해 몸이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과도한 방어 기제일 뿐입니다.
이유 없는 폭력을 경험하고 이혼과 파산까지 겪으셨으니, 세상이 적대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반응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심장과 담의 기운이 크게 위축되어 외부 자극을 갈무리하지 못하는 상태로 봅니다.
즉,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몸의 엔진'이 고장 난 상태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억지로 사람을 믿으려 노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한약과 침 치료를 통해 잔뜩 긴장된 신경을 이완시키고 심장의 화기를 가라앉히면, 날카롭게 서 있던 신경이 무뎌지면서 세상이 조금은 덜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순간이 올 것입니다.
그 변화는 환자분의 의지가 아니라 몸의 회복에서 시작될 것입니다.
